경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격탄?… 中 CXMT D램 가격전쟁 시작됐다

고품토 2026. 7. 21. 08:42
반응형
반응형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상하이증시 기업공개(IPO)를 발판 삼아 저가 공세를 예고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자본을 끌어모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겉보기엔 각자의 행보처럼 보이지만, 두 회사의 움직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결국 ‘누가 더 싸게, 더 많이, 더 빨리 공급하느냐’를 둘러싼 하나의 경쟁 구도로 수렴한다. 중국은 물량과 가격으로, 한국은 기술과 자본으로 각각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중국의 반격, HBM은 접고 범용 D램부터 밀어붙인다

21일 공개된 CXMT의 증권신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전략은 의외로 솔직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정면 승부를 벌일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CXMT의 HBM 기술력이 선두 업체보다 2~4년 뒤처진 것으로 본다. CXMT 스스로도 신고서에 HBM의 구체적인 양산 시점이나 공급 계획을 명시하지 않았다.

대신 CXMT가 택한 승부처는 이미 시장이 형성된 DDR5와 LPDDR5X다. DDR5는 AI 서버·데이터센터·클라우드·고성능컴퓨팅에 쓰이는 제품으로, DDR4보다 미세공정과 수율 관리 난도가 높아 그 자체로 공정기술의 지표 역할을 한다. LPDDR5X는 AI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AI PC 등 모바일·저전력 시장을 겨냥한다. 즉 DDR5로 서버·PC 시장을, LPDDR5X로 모바일 시장을 동시에 파고드는 ‘투트랙’ 전략이다.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자금이다. CXMT는 이번 상장으로 46억달러(약 6조8100억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확보한 자금은 생산라인 증설, 공정 전환, 연구개발에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회사가 신고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다름 아닌 생산능력 부족이다. 지금의 생산 규모로는 제조원가를 낮추고 수율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미 확보한 규모의 경제에 근접하려면 생산량 자체를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30% 더 싸다’…가격이 곧 무기가 되는 이유

CXMT의 D램 평균판매가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보다 약 30%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생산 확대와 공정 고도화로 수율까지 개선되면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CXMT는 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이 수입해 쓰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D램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수입 대체’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비·소재·부품·설계·패키징 등 메모리 생태계 전반의 국산화까지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IPO가 단순한 운영자금 확보를 넘어, CXMT를 축으로 한 중국 D램 공급망 구축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흐름이 본격화하면 두 한국 기업이 받는 영향의 크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CXMT가 당장 공략하는 대상이 HBM이 아니라 범용·모바일 D램인 만큼, 상대적으로 삼성전자가 더 직접적인 타격권에 놓인다는 분석이 많다. SK하이닉스는 HBM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고 있어 당장의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범용 D램 공급이 늘어 시장 전체 가격이 낮아지면 수익성 압박을 피하기는 어렵다. 결국 CXMT의 진짜 위협은 단기간에 기술을 추월하는 데 있지 않다. 중국 내수시장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앞세워 두 회사의 고객 기반과 가격 결정력을 서서히 갉아먹는 것, 그것이 더 현실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나스닥에서 실탄을 채웠다

공교롭게도 CXMT가 상하이에서 자금을 모으는 동안, SK하이닉스는 태평양 건너 나스닥에서 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 7월 10일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며 외국 기업 기준으로 역대 최대급 자금을 확보했다. 조달 규모는 약 40조원 안팎으로 전해지며, ADR 발행가는 주당 149달러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첫날부터 수요가 몰리며 화려하게 데뷔했다는 평가가 나왔을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벤트였다.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을 택한 배경으로는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접점 확대, 해외 동종업계와의 평가 환경 균형 맞추기, 글로벌 인지도 제고, 그리고 미국 AI 생태계와의 전략적 연계 강화가 꼽힌다. 한국 증시에만 상장돼 있던 탓에 글로벌 경쟁사보다 저평가받아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이번 상장을 계기로 해소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자금의 용처도 CXMT와 마찬가지로 결국 생산능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DR 상장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짓고 있는 첨단 패키징 공장 외에도 전력·용수·인력·공급망 여건이 갖춰질 경우 미국 내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한국에서도 용인·광주·청주를 잇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놓은 상황에서, 미국에서까지 추가 투자가 이뤄진다면 한·미 양국에서 동시다발적인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는 글로벌 AI 고객사들이 몰려 있는 미국 현지에서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최근 다시 거세진 미국 정부의 ‘현지 생산 확대’ 압박에 대응하는 카드로도 읽힌다.

 

상장 이후가 진짜 시험대…높아진 눈높이, 커진 책임

다만 나스닥 상장이 곧바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 기반이 넓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실적과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검증 강도도 함께 높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장 이후 시장의 눈높이가 이전보다 한 단계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HBM 한 축으로 버텨온 실적 구조를 넘어, 이제는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 등 한국 증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엄격하게 다뤄지던 영역까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여기에 미국 현지에서는 웨스트라피엣을 비롯한 신규 투자 지역 주민 및 지방정부와의 관계 관리도 병행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메모리 3강 체제, 균열의 시작일까

정리하면 이번 사안의 본질은 이렇다. CXMT는 HBM 격차를 인정하는 대신 이미 검증된 DDR5·LPDDR5X 시장에서 30% 낮은 가격과 6조8100억원 규모의 실탄을 앞세워 중국 내수부터 잠식하는 물량 전략을 택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기술 우위를 지키면서 40조원 규모의 나스닥 자금과 미국 현지 투자 확대로 글로벌 공급망과 자본 접근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쪽은 가격으로, 한쪽은 기술과 자본으로 승부하는 구도다. 이 두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지켜온 메모리 3강 체제가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될지, 아니면 서서히 균열이 시작될지는 하반기 D램 가격과 공급 동향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응형